동생에게 평생 죄책감을 느끼며 살 수밖에 없는 죄인
▲주종순(작가, 시인)
보이지 않는 슬픔, 말하고 싶지 않은 슬픔, 위로받고 싶지 않은 슬픔, 그래도 동행 할 수없는 슬픔, 엄마가 장애인 있는 집에 다녀오셔서 하룻동안 보고 느끼고 들은 것이 많으신지 혼잣말로 "우리집은 행복한 집이라고, 아픈 사람 없는집은 한 집도 없더라. 게다가 병수발을 들어야 될 정도의 장애인이라도 한 명 있으면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엄마의 말씀에 동감했습니다. 그날까지는 그런 생각도 못하다가 문득 엄마 혼자 하신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남들의 불행이 내 불행이 된다든지,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하기 전에는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야 했지만, 그만큼 인간성이 성숙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던것 같아요.
인간의 못된 본성에는 교만함과 자신감에 가려져 본인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아집이 있더군요.
어려서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성인의 되기까지 저의 가정은 부족함 없이 평탄하게 잘 지내왔습니다. 아버지의 형제는 남자만 3형제입니다. 그중 저의 아버지가 장남, 그리고 저의 바로 밑 동생은 장손이었습니다.
제 동생은 성격상 독립성이 유독 강인해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보니
대학 졸업 후 군대에 갔다 오자마자 본인 사업을 시작하여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본인의 배짱으로 중도금을 치뤄야 되는 아파트도 한 채 장만 했고, 젊은 나이답지 않게 중형 승용차며 남들 보기 부러운 회사를 차려 여러 명 직원 거느리고 부모님에게 조금도 도움받지 않고 틀에 맞춘 멋진 장손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또한 제 동생은 저보다는 철도 일찍 들었고 야망도 대단히 크게 품었던 훌륭하게 될 엑설런트한 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만 보이던 제 동생에게도 어려운 순간이 닥쳤었나 봅니다.
어리석었던 누나인 저는 한낱 제 아래 동생이라고만 생각하는 철없는 누나였던것 같습니다.
하루는 동생이 저에게 부탁을 하는 겁니다.
"누나 삼백만 원만 꿔 줘"
그때 저는 통장에 돈이 많이 있었는데도 부모님 편에 서서 아주 냉랭하게 거절했습니다 .
핑게없는 무덤이 없다고 제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었습니다.
저는 제 동생에게 남들은 공부를 못해 못가는 국공립 대학을 너는 장학생으로 졸업한 뒤, 갈 수 있는 대기업 자리며 취직 할 수있는 곳들이 많이 있다는 말도 늘어놓으며 설득했는데도 제 동생은 동생 취향대로 직급 따지는 회사 직원보다 본인이 차린 회사의 사장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와 가족 모두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어릴 적에 너무 가난하여 당신이 배우고 싶어도 집에 국수 몇 주먹 없이 빈곤하게 살아 초등학교도 못 다니신 게 한스러워 아들 딸 누구든 공부만 잘해라 유학까지도 보내준다는 신념으로 아들에게 기대를 걸고 살아오신 터라, 장남인 동생이 대기업에 입사하는 걸 원하신 것이고, 제 동생이 스스로 회사 차린 것을 100프로 성공을 기대하지 않으셨으니, 아들인 제 동생과 부모님간 의 마찰이 커졌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미화원으로 취직하셔서 일부러 고생 많은 척 동생에게 정신적인 압력도 느끼게 하셨습니다.
동생 사업의 불안정한 사장직을 포기하고 대기업에서 손을 뻗어올 때 취직하기를 바라셨던 거였습니다. 알고 보면 저의 남동생이 부모님의 뜻에 따라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기를 바라셨던 거였습니다. 동생은 이런 아버지 마음을 뒤늦게 알게 됐던 거지요.
동생이 본인 맘을 몰라주는 가족을 설득시킬 시간이 부족했던 것인지 은행에 고작 삼백만 원을 얻기 위해 대출 신청을 했는데, 당시에는 될 것처럼 은행에서 희망감을 주었다가 그 다음 돈이 다급한 며칠 후 대출이 어렵다는 얘기를 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열심히 의욕적으로 살아가던 동생이 저 세상으로 간지 몇 년이 흘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세상을 떠난 제 동생이 얼마나 암담했을지.
지금 갑자기 제 막내 동생 얘기가 떠오릅니다. 제 막내 동생의 얘기가
"누군가에겐 그까짓 300만 원이 작은 돈에 불과하겠지만 형을 포함한 누군가에겐 희망과 삶의 끈이되는 돈이었을 것이고, 따라서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막내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의지하고픈 형이었으니까요.
너무 동생의 마음을 살피지 못했던 제가 아직 살고있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그날 저녁 늦은 시각, 동생은 부모님 사시는 집에 방문하여 부모님께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사정얘기를 간곡하게 했답니다 .
당장 삼백이 없으면 절대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
새벽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려 전화를 받으니 제 동생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 온 겁니다.
부모님께 사정 얘기하고 거절 당한 뒤 겨우 6시간 경과 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겠지요.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 그렇게까지 무심하게 동생을 절망으로 몰아간 가족들과 제가 그 일이 있고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제 동생이 고까짓 삼백을 빌리기 위해 주변에 친인척에게도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 의하면 빌려줘야 됐고, 아니, 그냥도 줄 수도 있는 사람들이 4명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 가장 잘못한 것은 가족이고 그 다음은 나머지입니다.
그런데 이런 별일 아닌 그 정도에 제 동생은 가족을 영원히 용서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간 것입니다. 부검 결과 심근경색으로 나왔지만 제가 알기로는 가족들의 사랑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인간은 어리석어 내일 일을 모른답니다.
불행이나 요행함도 내 뜻대로 못한답니다. 영웅도 내일 일어날 일을 모른다는 말이 있어요.
언제부턴가 저 세상으로 떠나버린 동생이 생각날 때 제 입에서는 ”내일 일을 난 몰라요" 찬송가 가사가 가슴에 아려오면서 그 가사에서 저는 꼭 눈물을 감출 수가 없이 슬픕니다.
제 동생이 그렇게 말없이 가버리다니, 너무너무 슬픈 일입니다. 유림학당 고사성어에 “형제를 잃으니 내 몸의 반쪽을 베어내는 슬픔이고 아픔”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는 제 동생을 죽음으로 방치한 평생 죄인입니다.
사랑하는 내 동생아, 용서를 빈다. 아량 없고 철없어 돈으론 살 수 없다는 귀한 내 동생을 고작 삼백만 원을 안 해주고 영영 떠나보낸 누나에게 욕을 해도 되고 원망을 해도 된다. 너의 꿈을 꿀 때마다 너는 얼굴도 안 보여주고 떠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서운한 것이 아니고 내 사랑하는 동생에게 따스한 손을 붙잡고 정말은 너무 사랑하는 동생인 것을 뒤늦게 표현하고 느낀 것을 미안하다고, 꼭 용서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 있는 남은 형제도 또 부모님도 특히, 부모님은 남은 자식을 위해 가슴까지 도려낸 슬픔을 감추고 사시는 걸 난 너무 많이 느끼고 있단다. 이렇게라도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것은 네가 용서해준 덕분이야.
다시 우리가 태어난다면 꼭 형제로 태어나 내 사랑하는 동생에게 빚을 갚고싶다
그리고 더 빨리 현명한 판단을 하는 누나로 살고싶다.
사랑한다 내 동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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