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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의 아침단상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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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의 아침단상 95

 

염홍철 장로(대전대흥침례교회)

 

지난주에는 설과 이어지는 연휴가 있어 그동안 헤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데 모일 기회가 있었습니다. 올 설에 이동인구가 2,648만 명이라고 하니 국민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이동한 것이지요. 가정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3대가 모이는 것이 가장 많겠지만 4대까지 모이는 가정도 꽤 있었을 것입니다. 어머니가 생존해 계시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도 4대가 모였지요. 그때 어머니, 우리 내외, 딸과 사위 그리고 걔들의 아들, 이렇게 해서 4대가 모였었지요.

 

인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손자와 이제 생을 조금만 남겨놓은 어머니 사이에서 저는 어쩔 수 없이 따스하고 활기찬 봄의 기운과 춥고 음울한 겨울의 이미지를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안의 4대는 각기 사계절에 속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봄의 여린 새싹에서 출발해서 강렬한 여름과 찬란한 가을을 지내시고 지금은 겨울의 끄트머리에 와계셨습니다. 봄에 와있는 손자는 봄밖에 모릅니다. 여름에 와있는 딸 내외는 봄을 경험했지만, 지금은 여름만 느낄 뿐입니다. 우리 내외는 봄, 여름과 가을을 다 경험하고 이제 겨울의 문턱을 넘어섰습니다.

 

종교학자 정진홍 교수가 얘기한 늙음은 축복이라는 말에 상당 부분 공감하면서도, 완벽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보지 못했던 부분이 보이기 때문에 축복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성숙이 아닐까요. 성숙은 완성되고 고정된 그 무엇이 아니라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늙는다는 것은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라는 경구에는 동의합니다. 목적 지향적인 삶이 아니라 버릴 것은 버리고 나눌 것은 나누는 유유자적한 삶에 의미를 두고 싶기 때문입니다.

 

삶의 자리에서 죽음을 보면 두렵고 슬퍼지지만 죽음의 자리에서 삶을 조망한다면 죽음의 무서움을 어느 정도 완화 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세계적인 경영학계의 거두 하워드 스티븐슨 하버드대 교수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삶이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그리고 반드시 남기고 싶은 자기만의 유산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비로소 삶의 틀이 형성된다.”

 

좋은 여름이 풍성한 가을을 만들 수 있듯이 현재를 잘 경영하는 것보다 더 좋은 유산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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