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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못할 2022년 추석, 화합의 마당 ▲이연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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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못할 2022년 추석, 화합의 마당


이연실/칼럼니스트

 

김포공항 근처 메이필드 호텔 야외 행사장에 다녀왔다. 류제리 성악가 가곡의 밤 행사였다. 외국 대사님들 초청을 하는 등 특별한 음악회였다. 성악가나 주최측이 힘을 합쳐 모두 다 민간외교관 역할도 한 셈이다. 남녀 사회자들이 영어를 잘 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해외 유학파들이 많아서인지 영어가 매우 유창하다.

참 많은 것을 느낀 행사였다. 1960년 당시 소득이 80달러였던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데 지금은 35천 달러 시대이다. 외국의 추수감사절에 해당하는 한국의 추석, 이번 추석은 온종일 색다른 경험을 한 날이다. 각계각층 사람들과 야외 파티장에서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음악은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다.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권선복 대표님이 나를 초대해 주셨다. 좋은 일을 워낙 많이 해 주위에서 칭찬이 자자한 분이다. 내가 학창시절 소풍을 자주 갔던 관촉사가 있는 곳, 충남 논산 출신인데 매사 모범적이라 존경스럽다. 군 부대나 주위에 도서 기증도 많이 하며 겸손하게 지내는 출판인이다.

 

미국,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이집트, 튀니지, 레바논, 도미니카 공화국 등 여러 대사님들도 참석했다. 이집트 대사님 부부는 지난번 광화문 이집트 행사장에서 만나고 또 상봉했다. 그 사이 고국에 다녀오셨다. 11월 인천공항 카이로간 비행기 직항이 다시 뚫린다고 하니 다행이고 기쁘다.

내가 상류층 고급 영어를 못해도 외국인들과 통하니까 다행이다. 어느 행사장에 초대를 받으면 보통 대사님들 곁이나 대사관 직원들과 자리를 함께 하도록 주최측이 배려해 준다. 외국 대사님들의 특징이 있다. 명함에 휴대폰 번호가 없는 경우가 많다. 대사관 일반전화만 있다. 그리고 행동을 매우 단정하게 하며 세련돼 있다. 그런데 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다.

지난번 이집트 행사 때 뵈었던 이집트 대사님은 참 당당하고 여유롭게 행동하신다. 이집트 대사님답다. 튀니지 대사님이 나더러 "튀니지를 아느냐?"고 물어서 "물론이지요. 아주 아름답고 매력적인 나라입니다." 라고 답했다. 그림 같은 지중해와 멋진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로 마그레브에 속하는 튀니지를 모를 리가 있겠는가?

행사장에서 만난 분들 중 나는 레바논 대사님이 가장 재미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역시 적중했다. 얼굴에 천성적인 장난기가 있어 보였다. 중동 사람들이나 아랍인들에게는 특별한 유머 DNA가 있다. 그러니 이집트 카이로에서 제작되는 개그 프로나 유머 프로그램이 아랍 전체에서 방영되며 인기를 얻는 것이리라.

레바논 대사님은 내게 삼나무 얘기를 했다. 나는 그 나라에서 '노래하는 새' 불불로 불리는 여가수 페이루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 옆에 앉은 튀니지 대사님은 조각 같은 인물인데 딱 봐도 북아프리카 신사 모습이었다. 알제리에는 저런 외모의 신사들이 많다. 내 예상대로 아랍 민족이었다. 나는 그들이 다 이슬람교 신자들로 보인다. 레바논 대사님은 이름이 '안토니오'였다. 그렇다면 기독교 신자인 셈이다.

아주 빼빼 마른 무희와 보통 체격의 남자가 춤을 췄다. 그런데 춤을 마치고 나서 남자가 영어로 농담을 했다. 여성이 무거웠다는 장난스런 말인데 영어 발음 때문인지 초대된 사람들이 거의 못알아듣는 눈치였다. 보통 그런 농담을 하면 다들 웃는 게 정상이다.

사람들의 반응이 썰렁했다. 그러나 레바논 대사님은 나와 순간 눈을 마주치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나한테 "내가 만약 대사가 아니라면 휘파람을 세게 불든지 장난스런 야유를 보낼 텐데....." 하는 게 아닌가? 레바논 대사님과 나는 슬며시 키득키득 웃었다. 4시간 행사내내 마음이 잘 통했다.

외국어를 알아듣는지 못알아 듣는지 상대방이 유머를 했을 때 금방 표시가 난다. 참석한 대사님들 국가로는 이집트 사람들이 가장 농담을 즐긴다. 참석자 중 레바논 대사님이 가장 장난기가 있고 유머도 즐기는 분으로 파악됐다. 그는 아들만 둘 있어서 딸 있는 분들이 부럽단다.

중동에서 온 대사님들과 나는 재미삼아 아랍어로 쉬운 대화를 몇 마디 했다. 그랬더니 그분들이 무척 반가워 하며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외국인들은 한국 땅에서 한국인이 아랍어를 쓰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매우 신기해 한다. 거꾸로 나는 중동 사람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면 놀란 토끼처럼 된다.

아키바 토르이스라엘 대사님은 유대교를 상징하는 밀착형 둥근 모자를 쓰고 오셨다. 그의 보디가드는 에티오피아계 유대인이다. 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세계를 주름잡는 여러가지 강한 면이 부럽다. 교육, 자본, 군대, 과학기술, 군사력, 농업 선진국 등.

 

그러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괴롭히고 지구촌에서 막후 실세로 세상을 장악해 마음이 불편하다.

대한민국 민간 외교의 대명사이신 박동선 회장님도 자주 뵌다. 어딜 가나 외국 대사님들도 깍듯이 그분께 예를 갖춘다. 한국에서는 그분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박정희 대통령 시절 활약한 그분을 애국자라고 본다. 그분의 인생은 매우 남다르고 드라마틱하며 타고난 행운아이기도 하다. 시대의 풍운아라고나 할까?

안철수 의원, 윤상현 의원, 김용복 주필님과 인사를 나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 의원이 의사나 컴퓨터 백신 의사였을 때가 멋있어 보였다. 내가 볼 때 그는 솔직히 정치인으로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정치인은 변검 수준으로 활극도 능해야 한다. 호텔의 야외 행사장에서도 나는 속으로 또 놀랐다. 야외여서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단단히 쓰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려서부터의 범생이 기질이 그런 데서도 표시가 난다.

 

윤상현 의원은 장차 케네디 같은 정치인이 될 것 같다. 실력있고 야무져 보였다. 보기 드문 4선의원이고 주위 평가도 다 좋다. 젊고 똑똑하고 열정이 넘치는데다가 겸손한 국회의원이라는 평가를 받는 분이다. 여의도에 있는 사람들 중 그 국회의원처럼 인기를 얻는 이가 별로 없다. 그는 매우 인정받는 정치인이다.

 

한국 가수들이 가곡이나 팝송 등 다양한 노래를 불렀다. 부채춤이나 왈츠, 룸바 공연도 펼쳤다. 이럴 때 이집트의 벨리댄스(belly dance)도 포함시켰더라면 볼거리가 더 풍성했겠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할랄 고기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할랄 문화권에서 온 분들 중 과일만 드시는 대사님도 봤다. 이번에 자세히 보니 중동 VIP들이 한국의 물김치를 좋아했다.

임채원 검사는 판소리를 했다. 그는 사기 사건 전문 검사이다. 검사계의 BTS로 불리는 분이다. 법조인이든 의료계 인사들이든 다양한 재주가 많다. 대체로 악기를 잘 다루거나 재즈를 좋아하는 분들이 대다수이다. 이번에 쿠바의 룸바 댄스를 보았다. 딜라일라 노래도 좋았다. 딜라일라라는 이름의 이스라엘 미사일도 있다. 시월의 멋진 날에를 개사한 노래도 귀를 즐겁게 했다.

행사 드레스코드가 한복이었으면 어떨까 싶었다. 추석이니 한국의 송편이 뷔페 음식에 준비돼 있었다면 더 좋았을 듯하다. 행사 마칠 때 모두 다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 춤을 췄어도 좋지 않을까? 모두 화합과 정을 나누던 행사였다. 나는 늘 꿈꾼다. 지구촌이 이번 파티처럼 서로 잘 어울려 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인생이란 빗속에서 춤추는 것이다.'라는 명문장이 있다. 그렇다. 인생의 비를 피할 수 없으나 그 속에서 멋지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행사장에 오신 분들은 국적도 인종도 민족도 언어도 다르다. 그러나 아름다운 지구별에서 한자리에 모여 보름달을 보았다. 우리는 모두가 지구별 여행자이다. 누구든지 부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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